직장 내 괴롭힘 사례에 속해 있는 많은 피해자분들의 공통점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에 대해 막연하고 무섭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은 간호사 태움을 경험한 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기를 토대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신고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릴 테니 부디 용기 내시기 바랍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례 (간호사 태움)
자랑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꼽자면 간호사 집단의 ‘태움’ 문화일 것입니다. 남자분들의 이해를 돕자면 군대에서 한 번쯤 경험해보셨을 똥군기 문화가 간호사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아래 간호사 태움 사례로 집중 조명될 때만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잠시 잦아들었다가도 끊이지 않는 지독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하나입니다.
- 2006년 전남대 병원 간호사 개원, 인증평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관리자의 압박으로 우울증, 수술실 내 폭언과 폭행 등의 이유로 4명 자살
- 2016년 전남대 병원 근무부서 변경 스트레스로 인해 25년 차 간호사 1명 자살
- 2018년 2월 서울아산병원 태움(간호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수준의 폐습)으로 신입 간호사 1명 자살
- 2018년 4월 국립중앙의료원 29세 남자간호사 1명 자살
- 2019년 1월 서울의료원 5년 차 간호사 1명 자살
- 2021년 3월 을지대병원 신입 간호사가 업무 미숙을 이유로 공개적인 모욕과 신체적 폭행으로 인해 간호사 1명 자살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면 달라지는 게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를 보시면 아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
1. 증거 수집 방법
무턱대고 신고 해봤자 의미 없습니다. 신고한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를 먹어야 하는 만큼 가능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절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노동청에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없고 민사 소송 또는 형사 소송까지 각오하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법적 효력 있는 증거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데 몇 가지 예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문서 또는 이메일
보통 업무를 지시할 때 문서나 이메일로 지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자료들을 미리 프린트해놓으시기 바랍니다. (조사가 시작되면 부서 변경 등이 시작되고 경우에 따라 회사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으면 관련 계정들을 뺏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면 이메일 ‘전달’ 버튼을 통해 개인 이메일로 원본을 전달해두는 게 가장 좋습니다.
녹음 및 녹화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은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 증거로 인정되거나 혹은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사례에서는 상황의 특별성을 고려하여 지금까지의 판례를 보면 증거로 대부분 인정되고 있으며, 1차 조정은 법원이 아니라 내부 자체 심사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조정 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녹음 파일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합니다. 꼭 괴롭힘을 당할 때 꼭 녹음을 해두시거나 녹화를 하시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카톡 및 문자 메시지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도 녹음이나 녹화처럼 직장 내 괴롭힘 증거가 될 수 있는데, 대화 내용을 캡처해도 좋고 카톡은 대화 내용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대화 내용을 절대 삭제하지 마시고 업무 단체 카톡방 경우 미리 대화 내용을 내려받아 프린트 후 형광펜으로 표시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증인 진술
동료나 주변 사람들의 진술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심의 위원회나 법정 진술까지 하는 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실제로 증인으로 증언하겠다가도 마음을 바꾸는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이러한 부담을 줄여주려면 증인으로 진술을 요청하시기보다는 진술서에 구체적인 사건 발생 일자, 장소, 내용을 포함하여 서면을 받아 놓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2. 내부 신고 (인사팀 또는 고용노동부) 방법
대기업이라면 당연히 인사팀이 있을 것이고 인사팀이 없는 중소기업이라면 대표자에게 직접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리고 신고 하셔야 합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사업장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고 해당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2주 안에 조사 결과와 처분이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최대 3주) 내가 일차적으로 내부 신고를 언제 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신고서를 제출하시는 걸 추천해 드리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 양식과 작성 예시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2주 또는 3주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 같은 규칙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굳이 이 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이 말인즉 피해자가 계속 인사팀 또는 대표에게 결과를 재촉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기간 동안 정작 피해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른 부서 이동 또는 알아서 자기 연차를 쓰며 피해 다니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녹취나 영상 또는 정확한 카톡, 문자 내용 같은 증거가 받쳐주지 않으면 회사는 그냥 둘 사이를 중재하고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는 둥 어이없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외부 신고 (노동청, 민사, 형사 소송) 방법
제가 직장 내 괴롭힘 절차를 말씀 드리기 전 증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게 바로 여기까지 오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1차 신고 절차가 내부 인사팀을 통한 신고였다면 2차 신고는 노동청, 민사, 형사 소송 단계입니다. 사실상 1차 신고로 회사 내부에서 적절한 징계가 이루어지고 처분이 내려지면 너무나 다행이지만 그런 사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어이없는 사과와 화해의 종용이라면 그냥 노동청과 민사, 형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이 지경까지 가면 아마 일하는 직장 내에서 여러분을 등을 돌리기 시작할 건데 정말 억울하고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저는 제가 다니는 병원을 그만둘 생각으로 전부 진행하였습니다.
노동청 진정서 제출
1차 심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동청 온라인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고 이 경우 노동청은 회사에 개선지도문을 내려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해 달라는 이행 결과 보고서 제출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앞으로 근로감독 대상으로 회사가 지정되는 것 이외에 그리 큰 불이익이 없으므로 회사 차원에서는 1차 조사위원회가 성실히 조사에 임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성의 없는 보고서만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다면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것이므로 억울하고 속상하시더라도 다음 단계를 준비하십시오
형사 소송
여러분이 당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이 폭언, 폭행, 성희롱이라면 모욕죄, 폭행죄, 성추행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고소 방법도 정말 쉬운데 그냥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형사님에게 본인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신고하고 싶다고 하면 고소장 접수를 어떻게 하는지 아주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십니다. (파출소 말고 경찰서 가십시오) 그러면 1차 신고 때 제출했던 증거물 그대로 형사님이 알려주시는 방법에 따라 고소장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형사 소송부터는 이제 회사에서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지는데, 경찰 조사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물론 회사 사업주까지도 벌금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 단계까지 오면 회사가 가해자에게 적극적인 합의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 역시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무릎 꿇리시고 변호사 상담을 통해 합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협의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끌고 가 합의금까지 받아내시면 됩니다.
민사 소송
민사 소송은 가능한 추천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법원에 소장을 쓰는 것도 처음 하시려면 매우 어렵고 이러한 복잡한 절차 과정을 직장을 다니면서 하시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임해 이 과정 대행을 맡겨야 하는데 변호사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민사 소송은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같은 회사에 다니며 수년을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미 사직서를 낼 작정이고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셨다면 변호사 선임하시고 진행하십시오. 시간이 걸릴 뿐 민사까지 가면 정신적 손해배상 뿐 아니라 변호사 비용도 일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보상은 확실한 방법입니다.
산업재해 신청
일차적인 내부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불인정 사례라면 형사 소송, 민사 소송 등의 방법이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건 현재 다니는 회사와 등을 돌리겠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부분이 부담스러워 회사 방침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억울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 산업재해 신청하시어 국가에서 제공하는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받으시길 바랍니다. 직장 내 괴롭힘 불인정 사례여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정신 질환은 업무상 질병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산재 인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기
저는 결과적으로 회사 내부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 받지 못하였고 형사 고소까지 가서야 가해자와 합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폭언에 의한 모욕죄) 하지만 최초 신고 후 약 3달이 걸린 이 과정에서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계속 받았고 직장 동료들 및 의사들 눈치까지 받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제대로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수차례 증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형사 소송 단계에서 무릎 꿇리고 사과받고 직장 내 괴롭힘 합의금으로 1,500만원 가량 받았는데 너무 통쾌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간호사는 다른 과로 발령받았습니다.
상처에는 시간이 유일한 약입니다. 저를 바라보던 간호사분들 눈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괜찮아졌고 결국 저는 다니던 병원을 잘 다니다가 더 좋은 병원으로 이직하였습니다. 혹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오늘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