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비 시장에서 MZ세대와 함께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재 50대, 60대 ‘신중년층’은 단순한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며 실버푸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신중년층의 트렌드가 반영된 실버푸드 산업에 대해 알아보려한다.
신중년층의 등장과 소비트렌드
출산율이 급증했던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제 5060세대의 중심이 됐다. 이들은 노련하고 세련된 ‘신중년층’의 모습으로 대한민국 소비트렌드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신중년층이 선택하는 먹거리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것을 넘어 사회에서 자신의 의미를 실현하는 행위다. 소비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신중년층의 입맛을 잡기 위해 식품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할메니얼 입맛’ 트렌드의 시작
2020년 초 커피 전문점 투썸플레이스는 인절미와 흑임자, 쑥을 이용한 신메뉴를 출시했다. 첫 한 달 동안에만 인절미, 흑임자 케이크 13만 개, 흑임자, 쑥 라떼 20만 잔이 팔려 나갔다. 이른바 ‘할메니얼 입맛’ 트렌드가 시작된 것이다. 건강에 좋은 전통 식재료와 현대적 감성이 섞여 ‘할메니얼 입맛’도 ‘밀레니얼 세대’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특히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 모찌 흑임자’, 롯데푸드 ‘빵빠레 흑임자’, 해태제과 ‘쌍쌍바 미숫가루’, 빙그레 ‘투게더 흑임자’, CU ‘강릉초당 인절미 순두부콘’ 등 다양한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이 봇물을 이뤘다. 일본에서도 ‘할머니 손맛’을 담은 떡과 양갱, 화과자 등 지역 전통 음식이 유망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옛날 할머니의 입맛을 세련되게 재해석하는 데에는 실제 할매들의 선택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간편식 시장의 성장과 신중년층의 선택
“20대 어린 나이에 결혼해 시집살이하고, 지금까지 자식들 뒷바라지했으면 이제 부엌일은 할 만큼 했다”는 신중년층 여성들은 은퇴한 남편과 함께 간편식으로 배를 채우고 여분의 시간을 원하는 대로 사용한다. 2019년 1인당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구매금액은 2016년과 비교해 약 16%, 이용 건수는 1.3회 늘었다. ‘가사 은퇴’가 현실화 되면서 직접 재료를 준비해 요리하는 것보다는 가정간편식으로 간단히 조리해 먹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버푸드 시장의 빠른 성장
실버푸드 역시 간편식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 5,800억 원 크기였던 실버푸드 시장은 2017년에는 1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진 데 이어 2020년에는 16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씹기 편하게 만든 연화식과 삼키기 부드럽게 만든 연하식 분야에서도 가정간편식이 등장했다. 2017년 현대그린푸드는 우리나라 최초로 연화식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Greeting Soft)’를 출시하고 음식의 단단한 정도를 불과 10% 수준으로 낮춘 ‘더 부드러운 소갈비찜’, ‘뼈까지 먹는 고등어조림’ 등을 선보인 바 있고, 2020년 초 신세계푸드 역시 케어푸드 브랜드 ‘이지 밸런스’를 출시해 50대 이상 신중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가정간편식을 내놓았다.
100세 시대와 신중년층의 적극적인 삶
이러한 실버푸드 시장의 활성화에 대두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50세 안팎에 퇴직해 창업이나 재취업으로 일하는 과도기 세대로, 그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활력 넘치는 생활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사회 참여, 자기계발, 친구 관계 등이 지니는 가치가 크고 동년배는 물론 시대 흐름에 대한 동조 경향도 강하다.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바를 이룬 세대로, 개인의 생활양식에서도 새로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기존 노년층과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신중년층에게 100세 수명은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반 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정년이 대략 55세에서 65세 사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들에에게는 아직 몇 십 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현역에서는 은퇴했을 지 몰라도 인생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40년 동안 일했다면, 퇴직하고 나서도 40년을 살아야 한다. 따라서 신중년층은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신중년층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꾸려 가기 위해 책을 읽고 인터넷 강의와 자격증 취득, 사업 준비와 투자에 대해서 공부한다. 배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자기계발에 열심인 신중년층에 가장 반가운 흐름은 간편식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이다.
2021년은 5060세대가 우리나라 인구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연령대가 되는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27%였던 50~69세 비중은 매년 증가해 처음으로 30%대로 올라선다. 게다가 2021년에 핵심 노동인구인 30~49세의 인구 비중이 29.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50~60대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30~40대 인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신중년층은 정체된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큰 소비주체가 된 신중년층의 행보는 산업도 함께 움직이고 젊은 층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신중년층의 맹활약 덕분에 어쩌면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세월이 곧 힘이다’라고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MZ세대와 함께 이 신중년층의 소비 트렌드가 곧 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므로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가장 큰 생활 트렌드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