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지역적 특성상 저녁 9시 이후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다 보니 밤에 가볼 만한 강화도 카페나 맛집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녁 데이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한 조용한 숨겨진 명소를 추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붓한 강화도의 밤을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1. 강화도 추천 카페 : 한옥 카페 궁
다소 거친 언덕길
한옥 카페 궁의 첫인상은 ‘과연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입니다. 강화도는 육지와 가까운 곳은 얕은 수심 때문에 바다가 생각보다 볼품이 없어 서해안과 맞닿아 있는 외포리 쪽으로 가야 풍성한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한옥 카페 궁은 바로 이 외포리 데이트 코스에 있는데, 좁은 언덕길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줄 때 까지만 해도 ‘이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머리에 떠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그 의심은 놀라움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최고의 힐링을 선사해준 풍경
한눈에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산, 들판, 강화도의 매력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고즈넉한 한옥 스타일의 외관과 그 분위기에 맞는 잔잔한 음악이 이 공간에 발을 딛는 순간 감동과 힐링을 선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강화도에 유명한 ‘조양방직’같은 공장형 카페와 그 외 이미 SNS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공간을 가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것입니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만큼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불쾌한 경험을 한 저로서는 이런 작고 마음의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코끝에 느껴지는 풀 내음 그리고 바람이 불면 들리는 풍경 소리가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완벽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음료와 디저트 메뉴
카페의 분위기는 훌륭했고 이제 음료와 디저트 및 가격에 대해 평가해보면, 거의 완벽할 만큼 뛰어납니다. 특히 팥을 만들어 쓰시는 것에 대해 매우 후한 평을 남기고 싶은데, 이번에 저희가 시킨 메뉴 중 팥이 들어간 메뉴는 모두 만점을 드리고 싶을 만큼 너무 맛있었습니다. 팥 아보카도가 맛있기 어려운 이유는 이미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확고한 단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팥이 너무 달면 씁쓸한 에스프레소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단맛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수제 팥을 만드는 곳에서도 맛있는 팥 아보카도를 보기 쉽지 않은데 이곳은 정말 최고의 밸런스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궁금한 나머지 팥 양갱도 시켜 맛을 본 결과 설탕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팥 고유의 맛을 살리려 노력한 흔적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옥 카페 궁에 가신다면 무조건 팥 양갱과 팥 아보카도는 드셔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그 외 솔잎 에이드나 약과의 경우 그 풍미를 온전히 살리지 못한 느낌이 있습니다. 솔잎 에이드는 딱 봐도 시중에서 파는 솔잎 청을 사신게 아닌 이 역시 수제로 만들어 쓰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솔잎 청의 숙성도가 아마 아직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건 제가 워낙 솔잎 청을 좋아해서 집에 5년 이상 숙성시킨 것을 갖고 있어서이지 이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그리고 약과도 달지 않고 충분히 맛있지만, 워낙 팥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 팥을 메인 메뉴로 더 부각하시고 메뉴를 간소화시키게 된다면 더 전문화되고 고객으로서도 메뉴에 대한 고민과 메뉴 선택의 실패 확률을 줄여 더 많은 호평을 받으실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장님들의 친절함
이 카페는 한옥 스테이와 한옥 카페를 동시에 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아래 한옥 스테이에 계시던 남자 사장님이 카페로 올라와 아내를 도와주시는 것 같아 보였는데, 이 두 분은 나이가 드셨음에도 그 나이가 얼굴과 몸짓에서 고상하고 품위 있게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친절한 웃음과 상냥한 배려가 어쩜 그렇게 여유 있어 보이고 멋져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차장도 널찍한데 저희가 차를 빼서 갈 때까지 조심히 가라며 인사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은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그런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감성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주인들을 닮아서인지 제가 알기로 꽤 사나운 견종으로 보이는 개마저 그저 순둥이가 되어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닙니다. 너무 신기한 공간과 경험이었습니다.
강화도 한옥 스테이, 한옥 카페 궁 총평
사장님들의 친절과 건물의 외관 그리고 풍경과 분위기까지 시끄럽고 북적거리던 도심 속 카페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해주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가격은 저렴하진 않지만, 서울 강남에서 어처구니없는 서비스 퀄리티를 갖춘 곳에 비하면 싼 편이고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 비교하면 비싼 가격이지만 단연컨대 결코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메뉴에서 맛을 떠나 사장님이 직접 수제로 만들어 좋은 것들만 방문객에게 먹이려 한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기에 당연히 이 가격이 합당하다고 생각되었으며 맛 또한 훌륭했습니다. 마치 최고의 바리스타나 디저트 매니저가 만든 메뉴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엄마가 열심히 만들어준 간식을 먹는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5점 만점에 4.0점으로 개인적으로 평가를 마무리하면서 당연히 강화도에 들르게 되면 재방문할 예정입니다.
영업정보 및 특이사항
- 위치 및 주소 :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중앙로 1128길 21 (강화읍에서 외포리 방면으로 가시다 강화옥수수찐빵 가게와 시계탑 조형물을 지나시면 한옥스테이&카페 궁 간판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영업 시간 : 11:00-21:00 (20:00 라스트 오더), 화요일 휴무,
- 주차 : 한옥 스테이와 함께 넉넉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 애견 동반 카페 : 애견 동반이 가능하지만 야외 쪽으로 자리를 잡으시길 권장 드립니다. (실내 좁음)
2. 강화도 추천 맛집 : 철없는 새우
튼실한 대하를 맛보기 좋은 곳
앞서 추천해 드린 한옥 카페 궁에서의 즐거운 기분을 간직한 채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코스인 철없는 새우 식당에 방문하였습니다. 이곳은 일단 바다를 앞에 두고 튼실한 대하를 먹을 수 있는 가게로 유명하지만, 현재 야외 테라스는 운영하지 않고 있어 첫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망은 일단 음식이 나오면서부터 탄성으로 바뀝니다. 손바닥만 한 대하들이 나오는데, 지난 소래포구에서 먹은 대하와 사이즈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실한 새우들입니다. 그 크기처럼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맛볼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추천 메뉴
이곳은 메인 메뉴인 왕새우 소금구이 외에도 냉동 삼겹살이나 쭈꾸미 볶음 등의 메뉴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세트 상품 구성을 시킬까 고민하다가 다른 메뉴보다 일단 대하 소금구이에 집중하고자 2인 기준 왕새우 소금구이 1kg을 주문하였고 이 판단은 옳았습니다. 세트 상품을 주문하면 삼겹살 400g과 대하 300g 및 된장찌개, 계란찜이 제공되지만 일단 대하의 크기가 매우 튼실하므로 사실 300g이면 몇 마리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1kg 정도는 돼야 2명이 온전히 대하의 맛을 가득 느끼실 수 있으실 수 있습니다.
강화도는 과거 고려 시대 때부터 인삼으로 유명한 지역이라는 점을 알고 계시나요? 이런 점을 알고 계신다면 강화도에서 만든 인삼 막걸리를 지나치시면 안 될 것입니다. 최근 알밤 막걸리나 고구마 막걸리처럼 다소 달콤한 느낌의 막걸리가 시중에서 많이 판매되는데, 강화도에 오셨다면 시원한 인삼 막걸리를 맛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인삼 특유의 쌉싸름함과 막걸리의 달콤하고 톡 쏘는 청량감이 잘 어우러져 있고, 너무 달지 않은 맛에 대하가 어우러지면 정말이지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하 1kg과 직접 구워주시는 대하 머리 버터구이까지 다 드셨다면 입가심으로 새우 라면을 맛보실 차례입니다. 웃고 떠들며 막걸리를 주고받다 보면 대하 소금구이만으로는 약간 허전한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걸 잡아주는 게 새우 라면입니다. 맛은 맵게 요청하시면 청양고추를 잘라서 넣어주시는데, 처음엔 일반 신라면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다가 라면에 함께 넣어진 새우를 입에 넣고 씹으면서 국물을 마시니 그제야 완전 새로운 새우탕 면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입안에 새우 향이 남아 라면을 먹는 내내 속 시원한 느낌의 새우탕 면을 느낄 수 있으니 꼭 드시기 전 국물과 새우를 함께 먼저 드시고 면을 드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가성비가 좋은 강화도 대하 맛집
지난번 소래포구에서 대하 소금구이를 먹었을 때를 참고하면 똑같은 1kg을 시켰을 때 드는 비용은 48,000원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번에 방문한 철없는 새우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소래포구에서는 대하 머리 버터구이가 무려 2만 원을 추가해야 했고 여기는 대하 머리를 잘라두면 사장님께서 무료로 버터구이까지 해주십니다. 그러므로 대하 머리를 자르실 때는 약간 비스듬히 머리에 살을 남겨 두고 잘라두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머리 버릴 각오로 최대한 살 없이 자르다가 후회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머리 버터구이가 진짜 별미이기 때문에 이걸 서비스로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성비 맛집이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소래포구와 비교했을 때 크기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대하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소래포구에서는 작은 대하들로 숫자를 많이 채우면서 테이블에서 술을 더 마시게끔 하는 영업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큼지막한 대하를 맛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소래포구보다는 강화도로 코스를 잡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철없는 새우 총평
가을 대하철이 되면 바닷가 근처 관광지들에서 불거지는 바가지요금과 불친절한 서비스로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험 한 번쯤은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강화도 철없는 새우 식당은 만족스러운 맛과 가성비를 선사해주고 여행지에서 느낄 법한 바닷가 풍경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는 맛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이가 드신 남자 사장님의 선을 넘지 않는 유쾌한 농담과 직원들의 친절함까지 더해져 있다 보니 특별히 혹평할 부분이 없는 맛집입니다. 개인적으로 5점 만점에 3.5점으로 평가하며 내년 대하철에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영업정보 및 특이사항
- 위치 및 주소 : 인천 강화군 내가면 해안서로 975, 외포항에서 석모대교 방면으로 강화유스호스텔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영업 시간 : 월~금: 11:30-20:00, 토~일: 11:00-21:00, 연중무휴
- 주차 : 가게 앞 주차장이 있으며 만석인 경우 가게 사장님에게 말씀하실 시, 주차 자리 챙겨주십니다.
- 배달 및 포장 : 대하가 맛있으셧다면 대하만 따로 택배 발송 가능합니다.
- 애견 동반 식당 : 애견 동반 가능하지만 매장 내 손님이 많을 경우 창가나 야외 좌석이 배정될 수 있습니다.
<평점 기준>
- 1점 대 : 형편 없음
- 2점 대 : 주목할 특징은 있으나 재방문 의사 없음
- 3점 대 : 전반적으로 우수 했고, 재방문 의사 있음
- 4점 대 : 가게의 특색이 보이고 훌륭함
- 5점 만점 : 완벽에 가까운 평생 단골 예정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