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나 입문자 분들은 다양한 와인의 종류 만큼 해당 와인의 풍미를 살려주는 최적의 와인잔이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다양한 와인잔 종류와 각 종류 별 어떤 품종의 와인이 맞는지 추천 품종을 확인하고, 샴페인 잔까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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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인별로 와인잔이 다른 이유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분들은 유독 와인잔 수집에 강한 집착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분들이라면 굳이 똑같아 보이는 와인잔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굳이 구태여 와인별로 와인잔을 갖춰 놓고 마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매우 과학적인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1-1 와인의 산화 속도 조절
일반적으로 와인은 공기와 접촉할 때 산화 현상이 발생하여 코르크를 따는 시점부터 마시는 중에도 향과 맛이 변화합니다. 이런 특징을 기반으로 와인잔의 입구 크기를 다르게 만듦으로써, 와인과 공기의 접촉 면적을 조절해 각 와인이 가진 풍미를 최대로 끌어올리거나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잔의 입구가 넓으면 와인과 공기의 접촉 면적이 커져 산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며, 이는 와인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 레드 와인 : 레드 와인은 복잡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 넓은 입구의 와인잔이 와인과 공기의 접촉 면적을 크게 만듦으로써 산화 현상을 돕고 레드와인이 가진 풍미를 하나하나 맛볼 수 있게 해 줍니다.
- 화이트 와인 : 화이트 와인은 코르크를 딸 때부터 이미 마시기 가장 좋은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더 좁은 입구의 잔을 사용하여 섬세한 향과 맛을 보호하고 강조합니다. 또한, 강렬한 향을 가진 레드와인과 다르게 섬세하고 부드러운 향을 가진 화이트 와인의 향을 좁은 입구가 집중 시켜주고 공기로 흩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있습니다.
1-2 마시기 좋은 온도 유지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은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레드와인은 전용 와인 셀러에 보관하는 것을 본 적 있으신가요? 그 이유는 각 와인의 종류에 따라 마시기 좋은 온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은 쓰고 떫은 포도 껍질이 가진 타닌이라는 성분이 녹아 있는데, 이 타닌은 온도가 낮을수록 더 강하게 떫은맛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레드 와인을 부드럽게 마시기 위해 온도를 상온 정도에 맞추는 것입니다. 반대로 화이트 와인은 신맛을 내는 산도가 매우 중요한데, 온도가 낮을수록 산도가 주는 신맛이 살아나 차갑게 보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와인을 오픈한 뒤에는 이렇게 각자 마시기 좋은 온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와인잔이 대신해 줍니다.
- 레드 와인 : 15~20도에서 즐기며, 얇은 잔의 형태가 주변의 온도를 잘 전달하여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 화이트 와인 : 8~12도에서 즐기는 화이트 와인잔은 두꺼운 두께로 제작되어 열전달 효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와인의 온도 상승 시간을 늦추게 합니다.
1-3. 향과 맛의 보존
와인은 사용된 포도의 품종, 숙성도, 생산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만큼 와인잔은 해당 와인에 특화되어 와인의 풍미를 100% 끌어낼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는데, 입구 크기와 볼의 크기를 통해 향을 와인잔에 얼마나 머무를 수 있게 하고 잔향의 퍼짐과 와인이 혀의 어떤 부위에 처음 떨어질 수 있게 만드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최적의 형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 부르고뉴 와인잔 : 입구가 좁고 볼이 넓어 와인잔 안에서 산화가 계속되면서 느낄 수 있는 잔향을 깨우게 되고 와인의 풍미를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혀에 닿는 면적을 적게 합니다.
- 보르도 와인잔 : 입구와 볼이 넓으면서 잔의 길이가 길어 향을 더 깊게 들이마실 수 있게 하고 입에 닿는 면적이 넓어 입안 가득 차오르는 향과 맛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만듭니다.
2. 와인잔 종류와 특징
2-1 보르도 와인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와인잔인 보르도 와인잔을 거의 만능으로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만큼 가장 보편적이고 보르도 와인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와인에 잘 맞는 와인잔 중 하나로 형태 또한 가장 안정적인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 와인잔입니다.
특징
- 넓은 입구와 큰 보울 : 보르도 와인잔이 가진 넓은 입구를 통해 공기와 와인이 충분히 접촉하게 하여 활발한 산화 현상을 일으키고 큰 볼 안에서 산화 현상을 통해 발현된 새로운 향이 와인잔 안에서 충분히 확산 된 다음 마실 수 있게 도와줍니다.
- 깊고 긴 형태의 보울 : 깊고 긴 형태의 보울은 와인의 향이 잔 속에서 더 깊게 퍼져 나가도록 함과 동시에 더 많은 양의 와인을 와인잔에 따를 수 있게 하여 와인을 마시더라도 남아있는 와인이 향의 확산을 지속 시킬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 긴 스템 : 전반적으로 보르도 와인잔은 매우 긴 편에 속하는데 이는 와인잔을 입에 대고 마실 때 와인이 혀의 끝까지 닿을 수 있도록 고개를 더 꺾게 만듦으로써 입안 전체에 풍미가 가득 퍼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추천 품종
- 보르도 와인
-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등의 풀바디 (묵직한 탄닌) 레드 와인
2-2 부르고뉴 와인잔
부르고뉴 와인잔은 와인의 복잡한 향과 맛을 오픈과 즉시 최대로 끌어낼 수 있게 설계된 와인잔입니다. 부르고뉴 와인잔은 특유의 볼록한 보울 형태가 우아한 느낌을 주며, 보르도 와인잔 다음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은 와인잔이자 부르고뉴 와인잔과 보르도 와인잔을 모두 가지고 계신 분은 와인 애호가로서의 기본적인 준비가 끝난 분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특징
- 볼록하고 넓은 보울 : 부르고뉴 와인잔은 볼이 볼록하고 넓으며 깊이는 상대적으로 낮아 와인의 향을 바로 즉시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형태는 와인의 아로마(1차적으로 바로 맡을 수 있는 향)를 쉽게 끌어낼 수 있게 해 줍니다.
- 좁은 입구 : 보르도 잔과 달리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잔은 입구가 좁아 와인의 풍미를 입안에서 확산 시키는 것보다는 혀에 와인이 닿는 즉시 맛과 와인의 복잡한 향을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돕습니다.
- 짧은 스템 : 잔의 스템이 상대적으로 짧아 와인잔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와인잔을 돌리는 행위 자체를 작은 움직임으로도 상대적으로 크게 와인을 움직이게 만들어 향을 빨리 느낄 수 있게 도와주며, 와인을 마실 때 와인이 단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혀의 앞부분에 닿도록 돕습니다,
추천 품종
- 부르고뉴 와인
- 피노 누아, 가메 같은 부드러운 타닌과 풍부한 과일 향을 가진 와인
2-3 리슬링 와인잔
산도가 높은 리슬링 품종과 같은 화이트 와인은 입안에서 다소 자극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리슬링 와인잔은 이러한 자극을 줄여주고 리슬링 품종과 같이 단맛과 산미를 동시에 가지고 풍부한 향과 신선함이 특징인 와인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특징
- 좁은 입구 : 리슬링 잔은 입구가 상대적으로 좁은 형태를 가지고 있어 와인의 향이 집중되게 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 중간 크기의 보울 :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중간 크기의 보울은 와인이 잔 안에서 충분한 산소와 접촉 시켜 산화 과정을 통해 부드럽게 만들어주면서 이와 동시에 향이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게 잡아 주는 역할도 합니다.
- 긴 스템 : 리슬링 잔은 상대적으로 보울의 깊이에 비해 긴 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잔을 잡을 때 손의 체온이 보울에 전달되지 않도록 하여 와인의 온도가 상승되는 것을 막아 산미의 자극을 최소화 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추천 품종
- 리슬링 와인
- 진판델, 보졸레누보, 루아르, 알자스 그랑 크뤼, 코트 뒤 론 로체, 그뤼너 벨트리너, 모젤 자르 루버 같은 단맛과 산미가 동시에 있는 와인 품종
2-4 샤르도네 와인잔
화이트 와인잔은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잔보다 더 두꺼운 유리를 써서 열 전달률을 낮추고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이 주된 기능입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리슬링 와인잔 정도로도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샤르도네와 같은 묵직한 느낌의 화이트 와인을 즐기신다면 샤르도네 와인잔을 구비 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특징
- 넓은 입구와 보울 : 입구가 넓고 보울이 넓은 샤르도네 와인잔은 산미보다는 풍부한 과일향이 특징인 샤르도네 품종 와인의 향을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아울러 산미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의 샤르도네의 특색을 더욱 강조해 줄 수 있습니다.
- 긴 스템 : 샤르도네 와인잔 역시 리슬링 잔과 같이 긴 스템을 가지고 있어 손의 온도가 와인의 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추천 품종
- 샤르도네 와인
- 소비뇽 블랑, 그뤼너 벨트리너 같은 묵직하고 산미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 특징인 화이트 와인 품종
2-5 샴페인 잔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 등은 기존의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과는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식사 보다는 파티나 연회장에서 주로 마시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과 화려한 외관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됩니다. 대표적으로 고블렛 잔, 튤립 잔, 플루트 잔이 샴페인 잔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루트(Flute) 잔
- 좁은 입구 : 플루트 샴페인잔의 긴 스템과 좁은 입구는 샴페인의 기포를 쉽게 빠지지 않게 도와주어 청량감을 오랫동안 유지 시켜줍니다.
- 긴 스템과 깊은 보울 : 길고 우아한 형태의 플루트 잔은 샴페인의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을 우아하게 감상할 수 있어 심미적 만족을 줍니다.
- 추천 품종 : 드라이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과일 맛이 강조된 샴페인을 마실 때 주로 사용됩니다.
튤립(Tulip) 잔
- 넓은 볼과 좁은 입구 : 튤립 샴페인잔은 볼이 넓고 입구가 좁아 레드 와인 잔처럼 샴페인이 가진 향과 맛을 효과 적으로 마실 수 있게 고안되었습니다.
- 튤립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 : 마치 잔 자체가 튤립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매우 아름답고 곡선의 수려함이 한눈에 눈길을 끌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됩니다.
- 추천 품종 : 브뤼 샴페인이나 잔잔한 샴페인을 마실 때 주로 사용됩니다.
고블렛(Goblet) 잔
- 넓고 평평한 형태 : 고블렛 샴페인잔은 넓고 평평한 형태로, 샴페인의 향을 즉각적으로 빠르게 피어오르게 합니다.
- 치명적 단점 :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이 가진 특색인 기포가 빠르게 사라져 샴페인의 맛과 향을 오랫동안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 기능성 부재 : 마치 칵테일 잔을 보는 듯한 고블렛 잔은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 파티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샴페인 특유의 잔처럼 인식되지만, 심미적으로 즐거울 뿐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