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목포해양대 승선생활관 괴담 실화 경험담

이 글은 목포해양대학교를 졸업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현재 그가 말한 1호관 2호관은 철거되어 목포해양대학교 도서관 건물을 지었으니,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유행하던 목포해양대 승선생활관 괴담 정도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학교의 역사와 특수성

2010년, 저는 목포해양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 학교는 항해사와 기관사를 양성하는 특수목적대학교로, 해군과 유사한 제복을 입고 엄격한 규율 아래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1950년 상선고등학교로 시작한 저의 대학교는 6.25 전쟁을 거치며 졸업생의 절반을 해군 하사관으로 임관시키는 전통을 가졌습니다. (이후 해군학군단이 창설되었고, 해군 하사관 할당 제도는 폐지됨)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학교는 제가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매우 엄격한 규율을 유지했고, 때로는 선배들의 구타와 가혹행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이런 구시대적인 관행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2. 승선생활관과 엄격한 규정

당시 캠퍼스에는 1호관부터 5호관까지 승선생활관이라고 불리는 기숙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해사대 학생들은 이 기숙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방학을 제외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선상생활의 고립감을 경험하기 위해 외박이나 외출이 엄격히 제한되었습니다. 물론 학교 지도관과 학생 당직사관의 허가를 받으면 나갈 수는 있으나, 대부분 학생들이 복잡한 보고 절차와 엄격한 복장 검사 등의 이유로 그냥 나가지 않는 편입니다. (한번 나가려면 선배들한테 털리는 게 다반사였으니까요)

3. 1호관과 2호관의 역사

현재는 사라진 승선생활관 1,2호관(2)
현재는 사라진 승선생활관 1,2호관

당시 승선생활관 가장 노후화된 1호관 기숙사와 이와 연결된 2호관이 동시에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철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마침 2학년 1학기에 저는 2호관에 배정받았고, 방학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4학년 자매분대 선배가 제 방에 와서 장난을 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선배는 제 방을 둘러보며, 1호관과 2호관의 역사와 1호관과 2호관이 낡아서 저희 기수가 고생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1호관 1212호실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경고하며 학교 괴담 하나를 알려주게 됩니다.

4. 1212호실의 괴담

선배에 따르면, 6.25 전쟁이 끝난 후, 1212호실에서 한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학교는 매우 엄격했고, 당시 선배 하나가 술에 취해 1212호실에 들어가 이유 없이 후배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정당한 훈육이 아니라고 용기 있게 말한 후배를 건방지다는 이유로 유독 심하게 구타했고 심지어 같은 방 룸메이트들에게도 해당 학생을 때리라고 강요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구타를 당한 학생은 결국 자살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부터 이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이 하나 둘 죽게 되는데, 당시 룸메이트 중 한 명은 정신병으로 학교를 그만두었고, 다른 한 명은 바다에 빠져 죽었으며, 마지막 한 명은 항해사로 일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5. 괴담의 계속

선배는 그 이후로도 1212호에서 자살하거나 사고로 학생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 계속되어, 결국 그 방은 잠시 폐쇄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4년제로 바뀌면서 부족한 기숙사로 인해 부득이 폐쇄 조치된 1212호실에 다시 학생들에게 배정되는데, 당시에도 이러한 괴담을 걱정하여 1212호실에는 일부러 학군단에 소속된 악바리 학생들로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학군단 학생 중 한 명이 밤마다 1212호실에서 들리는 구둣발 소리에 시달리다가 결국 동기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학교에서 조용히 무당을 불러 영혼을 달래주는 굿을 하고 나서야 사고가 멈췄다고 합니다. 이러한 괴담 때문에 선배는 저에게 절대 1212호실 근처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6. 1212호실을 배정받다.

처음에는 선배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고, 같은 방 동기들 역시 그저 흔한 학교 괴담 정도로 생각해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학년 2학기 기숙사 배정표를 받고 나서,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의 1212호에 배정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잠시 걱정되었지만, 지난 학기 그곳에 살던 동기들이 아무 문제 없이 지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까지 저 역시도 아무 일 없이 학교를 잘 다녔습니다.

7. 사건의 시작

저희 학교는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이 1학기와 2학기 동안 외부회사에서 실습을 하므로, 학교에서 이들이 서로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3학년이 되면 4학년이 캠퍼스에 없어, 학교 내에서는 3학년이 최고 학년의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곧 2학년 2학기를 마치고, 3학년이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매우 들떠 있었습니다. 이 기대감으로, 저는 때때로 저녁 10시 기숙사 점호 후에 몰래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고 늦게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날 밤에도 저는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시내에서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친 후 새벽 3시경에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목포해양대에는 고학년 선배들과 학생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정해 매일 번갈아 가며 군대의 불침번처럼 밤새 교내를 순찰하고 취침하지 않은 후배들을 잡아내는 등 당직 제도가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최고학년 당직 책임자를 당직사관이라고 부르며, 당직사관은 평소 근무복이 아닌 행사 때 입는 정복을 입고 당직을 서는 것이 규칙입니다. 술을 마시고 1호관 입구에 들어가려던 찰나의 순간 마주친 당직사관의 뒷모습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8. 그날 밤 일어난 미스테리한 현상

그날 밤, 저는 1호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지하 세탁소에서 나는 구둣발 소리를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밤이었고, 저는 그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밖에서 떨며 기다렸습니다. 소리는 천천히 다가와 지하에서 1층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호기심에 고개를 내밀어 보니, 정복을 입은 당직사관이 계단을 오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저는 조심스럽게 입구로 들어가 기숙사 방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아침 구보를 지휘하는 당직사관을 보고 웃었습니다. 당직사관은 제 자매분대 선배였고,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어젯밤 추위에 떨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수업 후, 저는 선배를 만나 어젯밤 순찰 때문에 놀랐다고 말하며, 오늘은 같이 몰래 나가자고 졸랐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어제 나는 당직실에서 졸았어. 순찰은 무슨, 히터 틀어놓고 푹 잤지.”

이 말을 듣고 저는 어제 본 당직사관이 누구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때 떠오른 것은 그 사람의 정복이 조금 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동정복 소매에 달린 금줄의 개수로 학년을 구분합니다. 하지만 어제 본 당직사관의 금줄은 4개가 아닌 3개였습니다. 3학년은 모두 외부 실습 중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선배의 정복을 확인해보니 당연히 4줄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지난 학기 다른 선배가 말한 괴담을 떠올리게 했지만, 저는 술에 취해 금줄을 잘못 본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저는 밤마다 구둣발 소리에 쫓기는 꿈을 꾸었고, 낮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어느 날, 밥을 먹다가 식판을 엎어 통상복에 음식물이 튀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9. 지하실의 정체

음식물 자국이 난 통상복을 세탁하기 위해 1호관 지하 세탁소에 갔을 때, 사장님이 계시지 않아 기다리던 중, 세탁소 뒤쪽에 숨겨진 이상한 통로를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그 통로를 따라가 보니, 익숙한 복도와 함께 기숙사 방들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문들은 모두 손잡이가 없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안에서도 밖에서도 열 수 없는 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들에는 오래된 호실 번호가 쓰인 명패가 붙어 있었는데, 1212호실의 명패가 붙은 방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희가 쓰던 1212호실이 아닌 진짜 1212호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놀라움과 두려움에 휩싸여 그 옆에 호실의 문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중, 세탁소 사장님의 인기척을 듣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세탁물을 맡기고 돌아온 후, 룸메이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저희는 다음 날 그 지하 1212호를 다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저와 룸메이트 3명은 세탁소 아저씨가 식사하러 간 틈을 타서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동기들도 지하에 숨겨진 기숙사를 보고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그중 한 동기가 1212호 문을 열고 싶어 했고, 저희는 넷이 힘을 합쳐 문을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저희 4명 모두 무언가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모두 도망쳤습니다.

1212호 방 안에는 아무런 집기류도 없었지만, 검은색 먼지를 뒤집어쓴 구둣발 자국이 바닥, 벽, 천장까지 닿아 있었습니다. 이 구둣발 자국은 마치 사람이 걸은 듯한 모습이었으며, 천장은 너무 높아 사람이 손으로 구둣자국을 절대 낼 수 없었을 텐데도 선명하게 천장까지 선명한 구둣발 자국은 그 어떤 귀신을 본 것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저희 4명은 뛰쳐나오다가 세탁소 아저씨를 만났고 아주 오래전부터 저희 학교에서 세탁소를 운영하시던 사장님은 저희를 보시더니 왜 거기서 나왔느냐며 소리를 질러 호통을 치셨습니다. 저희가 보았던 것을 모두 말씀드리자 아저씨는 죽고 싶지 않으면 다시는 여기에 얼씬거리지 말라며 저희를 내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곧이어 지도관실 보고 명령이 떨어져 저희 호실 총원은 지도관 면담실로 불려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도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는 그곳에 가지 말 것이며 너희가 본 걸 이야기해서 교내에 이상한 풍문을 만들어내거나 할 경우 교칙을 어긴 것으로 간주해 징계 조치를 당할 것이다.”

10. 갑작스러운 폐쇄

철거된 목포해양대 승선생활관 1호관
승선생활관 1호관, 2호관 철거 후 모습

당시 학교의 엄격한 규율로 인해, 저희는 이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후, 세탁소는 폐업했고, 1, 2호관의 예정된 철거를 위해 해당 공간은 가벽으로 막아버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그 해 2학기를 거의 마칠 무렵까지, 저희 방 동기들은 계속해서 구둣발 소리가 나는 악몽에 시달렸고, 3학년이 되어 학교로 돌아왔을 때, 1, 2호관은 이미 철거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현재 목포해양대학교 도서관 자리가 1,2호관의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11. 이후 소름 돋는 사실

아직도 저희 동기들은 1~2년에 한 번씩 만나 술자리를 가집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이야기는 술안주가 되었지만 저는 사실 이 이야기를 동기들이 할 때마다 담배를 피운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하곤 합니다. 왜냐면 그 사건이 있고 1년 뒤 저는 우연히 교내에 있는 학교 역사 박물관에 갔다가 놀라운 것을 보았거든요.

과거 목포해양대 졸업식 사진
과거 졸업생들의 졸업 사진을 보면 금줄이 1줄인 것을 볼 수 있다.

교내 역사박물관에는 과거 졸업생들의 오래된 흑백 앨범이 있었는데 과거 목포해양대학교가 전문학교이었을 당시 (대략 지금으로부터 4~50년 전쯤) 졸업생들의 제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다른 부분이 딱 한군데 있었습니다. 바로 계급 즉, 학년을 나타내는 금줄이…. 지금과 정반대였습니다. 졸업생이었던 3학년은 1줄이었고 신입생 1학년의 금줄은 3줄이었습니다. 제가 그 겨울날 아무것도 없는 지하에서 3줄짜리 정복을 입고 올라가던 당직사관의 모습은 누구였을까요? 금줄 3개를 달고 있던 1학년의 한 맺힌 영혼이 아니었을까 저는 소름이 돋아 아직도 이 이야기에 웃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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